전남 순천 선암사

- 정갈하고 상쾌한 분위기의 고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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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대웅전> 

 

전남 순천의 선암사는 맑고 상쾌한 분위기의 사찰입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진입로 분위기도 시원하고, 사찰의 분위기도 깔끔해서 어느 계절에 찾아가도 좋은 절입니다. 그렇지만 매화와 봄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봄과 녹음 짙푸른 여름이 좀 더 선암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선암사로 들어가는 길은 계곡을 따라가는 상쾌한 길입니다. 그리고 이 길을 걷다 보면 보물 제400호로 지정된 승선교가 나타납니다. 승선교(昇仙橋)는 우리의 옛 다리 중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손꼽히는 돌다리입니다. 승선교는 교각 부분이 아치형인 다리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다리를 무지개다리 또는 한자를 써서 홍교(虹橋) 혹은 홍예교(虹蜺橋)라 부릅니다. 승선교의 아름다움은 역시 그 자연스러움에 있습니다. 계곡 양쪽에 돌축대를 쌓고 그 사이에 다리를 놓았는데 이 승선교의 풍경이 주변 풍경에 부드럽게 녹아 들어 자연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이 승선교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려면 계곡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내려가는 길이 다듬어져 있지 않아 불편하지만 그래도 계곡에서 바라보는 승선교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계곡에서 승선교에 좀더 다가서면 승선교의 교각 사이로 소박한 이층 누각인 강선루가 보입니다.

승선(昇仙)’이 선계로 오른다는 뜻이고 강선(降仙)’은 선계에서 내려온다는 뜻이니, 승선교와 강선루는 의미상으로 한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승선이니 강선이니 하는 말은 불가에서 쓰는 말은 아니지만 어쨌든 승선교를 지나면 선계에 드는 것이고, 절을 돌아본 뒤 강선루를 빠져나오면 선계를 벗어나는 셈입니다.

승선교는 1698(숙종 24)에 호암대사가 세운 다리입니다. 호암대사는 정유재란 때 불타 없어진 선암사 중건에 힘을 쏟은 스님으로, 호암대사가 있어 지금의 선암사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합니다. 호암대사는 관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조계산 배바위에 올라 백일기도를 올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관음보살이 나타나지 않자 자살을 결심하고 배바위에서 몸을 던졌는데, 이때 관음보살이 호암대사를 받아 살려 주었다고 합니다. 이 일로 호암대사는 원통전을 지어 관음보살을 모시고 선암사 중건에 힘을 쏟았는데, 그 무렵에 승선교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년 뒤에 벌교 사람들의 부탁으로 벌교천에 또 하나의 홍예교를 만들었는데 이 다리가 보물 제304호인 벌교 홍교입니다.

 

선암사는 현재 태고종이라는 종파의 총본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태고종은 1970년에 설립된 종파로 태고종의 탄생에는 일제시대 불교사의 아픔이 서려 있습니다. 일제는 조선을 합방한 뒤 불교마저 일본식으로 바꾸려 했습니다. 그 결과로 일제시대의 승려들은 일본 승려들처럼 대부분 결혼을 한 대처승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후 해방이 된 뒤 결혼한 대처승과 결혼하지 않은 비구승 간의 갈등이 벌어졌고,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대처승 축출 명령에 의해 대처승들은 사찰을 떠나야 했습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가정을 가진 대처승은 친일승이니 사찰에서 떠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후 대처승과 조계종은 여러 문제의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고, 결국 대처승들이 고려말 태고 보우국사의 통불교 정신을 계승하는 태고종을 창설하게 되었습니다.

 

선암사는 오랜 역사에 걸맞는 당당한 거찰로 거의 30채의 전각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렇듯 큰 사찰이지만 선암사의 분위기는 곱고 아늑합니다. 사찰 안에 나무가 많아 자연스럽고, 전각에 단청을 입히지 않아 화려하지 않고 수더분합니다. 또 작은 당우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하고 있어 친근하며, 무우전 영역을 제외하면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도 없어 개방적이기도 합니다.

선암사에는 문화재도 많지만 답사객이 아닌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딱히 눈 여겨 보아야 할 문화재는 없습니다. 대웅전과 대웅전 앞 삼층석탑 두 기가 보물이고, 부도 세 기와 탱화 몇 점이 역시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여행자들의 눈에는 큰 특징이 보이는 문화재는 아닙니다. 이런 까닭에 선암사를 찾은 여행자들은 허허롭게 마음을 풀어놓고 선암사의 곱고 아늑한 분위기를 마음껏 음미하면 됩니다.

선암사에서 관심을 끄는 건물은 역시 원통전과 뒤깐입니다. 대웅전 뒤편에 자리한 원통전은 승선교를 세운 호암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한 뒤 관음보살상을 모시기 위해 세운 건물입니다. 그러나 당시 건물은 불타 없어지고 현재의 건물은 새로 세우고 몇 번의 중수를 거친 건물입니다. 호암대사의 전설 때문에 선암사 원통전은 기도 효험이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원통전은 특이하게도 정() 자 형태의 건물로, 조선 왕릉의 정자각과 비슷한 형태입니다.

원통전에서 남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운치 있는 무량수각 건물이 있고 그 앞에 수령이 500년 되었다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이 소나무는 위로 자라지 않고 옆으로 자라는 와송입니다. 쉽게 보기 힘든 소나무여서 눈길을 끕니다. 사찰에서 간혹 이런 소나무를 보게 되는데 이는 겸양의 상징이라 합니다.

선암사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건물은 역시 뒤깐입니다. 이 건물 역시 정()자형 건물인데 그 생김새가 아주 당당합니다. 이 건물은 정유재란 때의 대화재에서도 살아 남은 정유재란 이전의 건물이라고 하니, 선암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장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배설물은 따로 정화시설을 두지 않고 자연 발효시켜 퇴비로 쓴다고 하니 자연친화적인 화장실이기도 합니다.

건물 앞에는 깐뒤’(실제로는 깐에 을 쓰지 않고 을 겹쳐 써 놓았습니다)라는 목패가 있어 처음 가는 사람은 이게 무슨 말인가 당황하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사찰 화장실을 근심을 푼다는 뜻의 해우소(解憂所)라 부르는데, 이 말은 쓰인 지 오래 되지 않은 말이라 합니다.

 

사람들이 선암사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승선교와 매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선암사는 봄이면 매화를 시작으로 목련, 벚꽃, 철쭉과 영산홍, 작약 등이 연이어 꽃을 피워 가히 꽃 절이라 불린 만한 곳입니다. 그중에서 사람들은 매화가 활짝 피었을 때의 선암사를 최고로 꼽습니다. 무우전 돌담 옆이 선암사 매화가 가장 아름다운 곳이지만, 사실 매화나무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무우전 앞에 선암매라 불리는 수령 600년의 늙은 매화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이 나무가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된 매화나무입니다. 그러나 무우전 옆 돌담길의 매화와 이 천연기념물인 매화는 개화 시기가 달라 한 번에 볼 순 없습니다. 600년 된 매화가 더 늦게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또 매화가 꽃을 떨어뜨리면 선암사에서는 처진올벚나무가 꽃을 피웁니다. 수양버들처럼 가느다란 가지가 아래로 축축 처져 있다 해서 처진올벚나무라 부르는데, 수양벚나무라 부르기도 합니다. 보통의 벚나무와는 다른 형태여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나무입니다.

 

선암사는 화사하게 꽃이 피어나는 봄이나 계곡의 녹음이 울창한 여름에 한 번쯤 꼭 가볼 만한 사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어른 2,000, 청소년 1,500, 어린이 1,000원입니다.

 

선암사 : (061)754-5247, http://www.seonamsa.net, 전남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산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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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진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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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승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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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선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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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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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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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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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우전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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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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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진올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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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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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우소>       

 

 

대중교통

 

순천 시외버스터미널이나 순천역 앞에서 선암사행 버스를 타면 됩니다. 

 

 

주변 맛집

 

선암사 입구에 음식점들이 많이 있는데, 맛집으로 유명한 집은 없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산채정식과 산채비빔밥 등을 내는 집들로 이 중 알려진 집은 장원식당과 선암가든, 길상식당 등입니다. 산채정식은 12,000~15,000원 선이고 산채비빔밥은 7,000~8,000원 선입니다.

 

장원식당 : (061)754-6362, 전남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758-1

선암가든 : (061)754-5226, 전남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802

길상식당 : (061)754-5599, 전남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7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