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과 혜화동 일대에는 유난히 국수집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개가 칼국수집들인데 이 중에는 이제 꽤 유명해진 집들도 몇 집 있습니다. 국수 골목을 이룬 건 아니니 원조집을 찾는 게 별 의미가 없긴 하지만, 이 일대 국수집의 원조로 국시집을 꼽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시집은 1969년에 문을 열었다니 벌써 40년이 훌쩍 넘은 집이네요. 그리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 집의 단골이었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커진 것 같습니다.

 

이 집은 상호인 국시집에서 알 수 있듯이 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집입니다. 그렇다고 이런저런 다양한 국수를 내는 집은 아닙니다. 메뉴에 국수라고 되어 있고, 제가 자리를 잡고 앉으니 아주머니께서 국수 드릴까?’하고 물으시더군요. 그러니까 이 집에서는 국수라고 파는데 실은 칼국수입니다.

저도 이 집에서 이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칼국수는 고명으로 다진 고기와 채 썬 호박만 들어가는 아주 단출한 모습입니다. 보기에는 별 특징이 없어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집 국수의 특징은 국물에 있습니다. 사골 국물을 우려내 칼국수를 끓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칼국수집들이 국물을 낼 때 소고기가 아닌 닭고기를 쓰죠. 유명한 명동교자의 칼국수도 닭 국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집은 한우 양지와 사골로 국물을 낸다고 하네요. 하지만 국물이 진한 편은 아닙니다. 사골 국물인가보다 정도의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간도 거의 되어 있지 않아서 별 맛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담백합니다. 물론 테이블에 다대기가 있어 좀 간을 해서 먹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그 담백한 맛이 저는 그런대로 먹을 만했습니다. 반찬으로 김치와 무 생채나물 그리고 양파 절임이 나왔는데 반찬과 함께 먹으니 깔끔한 맛이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화학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 맛이라고 말을 했던데, 제가 화학 조미료의 맛을 느끼진 못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맛이었습니다. 면은 탱탱하거나 끈기가 있는 편은 아닙니다. 그냥 메밀면처럼 흐물흐물한 편에 속하더군요. 그렇다 보니 별로 씹을 것도 없어 훌훌 넘어가기도 하더군요.

 

국시집 국수(여행편지).jpg

  <칼국수>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집의 칼국수를 좋게 평하실 것 같네요. 하지만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이 점을 고려해서 이 집을 찾으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 집에는 국수 외에도 문어 숙회, 대구전, 수육, 생굴 등이 메뉴도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각 메뉴마다 ‘1/2’이라는 메뉴가 딸려 있습니다. 반씩도 판다는 말이죠. 칼국수 8,000, 문어 25,000, 문어 1/2 15,000, 수육 25,000, 수육 1/2 15,000, 대구전 20,000, 대구전 1/2 12,000원으로 가격은 조금 비싼 편입니다.

 

국시집 전(여행편지).jpg

  <대구전 1/2, 전도 맛이 깔끔했습니다. 대구전과 허파가 같이 나오더군요.> 

 

국시집 : (02)762-1924, 서울 성북구 성북동1 9

 

국시집은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리시면 됩니다.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로 나가서 뒤로 돌아 혜화동 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혜화동 쪽으로 조금 가다가 혜화문 앞에서 우측 길로 들어가면 길 왼쪽에 국시집이 있습니다.

 

국시집(여행편지).jpg

  <국시집은 이층 양옥을 쓰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예전에 찍어 놓았던 사진이어서 겨울 같진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