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정선 정암사

- 5대 적멸보궁 중의 하나인 아늑한 사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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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마노탑에서 내려다본 정암사> 

 

강원도 정선의 정암사는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에 둘러싸인 아늑한 사찰입니다. 태백산 바로 위에 있는 함백산 아래에 자리하고 있어, 한여름에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정암사는 600년대 중반쯤, 선덕여왕 때 신라의 대국통을 지낸 자장율사가 창건한 절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 중 한 곳이며, 고려시대의 모전석탑인 수마노탑(보물 제410)이 유명합니다. 또 적멸보궁 옆에 있는 주목나무가, 자장율사의 지팡이가 변해 나무가 된 것이라 해서 자장율사 주장자 나무로 불리고 있으며, 정암사를 휘감는 계곡에는 1급수에만 산다는 열목어가 서식한다고 합니다.

 

정암사로 곧장 걸어 들어가 계곡을 건너면 바로 적멸보궁이 나옵니다. 계곡을 건너 적멸보궁 공간으로 들어서면 바로 큰 주목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이 나무가 바로 자장율사 주장자 나무로, 주장자(柱杖子)란 스님들의 지팡이를 이르는 말입니다. 자장율사가 주목 지팡이를 땅에 꽂았더니 그대로 주목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나무입니다. 그러나 그 주목은 이미 늙어 죽었고, 지금의 주목의 그 곁가지 하나가 다시 자란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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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장자나무>  

 

이 주목을 지나면 바로 적멸보궁입니다. 적멸보궁 건물은 청기와를 얹은 작은 건물이지만 주변 분위기가 차분하고 경건해서 고찰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건물입니다. 적멸보궁(寂滅寶宮)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으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곳 바로 앞에 지어진 법당을 보통 적멸보궁이라 합니다. 적멸보궁은, 깊고 고요한 세계로 인간의 모든 욕망과 번뇌의 불씨가 꺼진 보배로운 궁전이라는 뜻입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배향하고 있으므로, 적멸보궁에는 별도의 불상을 두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정암사의 적멸보궁에도 불상을 모시지 않았습니다. 적멸보궁 뒤 어딘가에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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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멸보궁> 

 

우리나라에서 적멸보궁을 처음 세운 승려가 바로 정암사의 창건스님인 자장율사입니다. 자장율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의 승려로, 당나라에서 유학해 불교를 공부하고 돌아온 승려입니다. 자장율사는 당나라에서 수행하던 중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신라로 돌아올 때 석가모니의 붉은 비단 가사 1벌과 부처님의 두개골 그리고 사리 1백과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자장율사는 이 석가모니의 가사와 사리를 네 곳에 봉안했는데, 이 네 곳이 양산 통도사, 영월 법흥사,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입니다. 그후 임진왜란이 터지자 서산대사가 왜군의 노략질에 대비해 통도사에 봉안된 부처의 진신사리를 금강산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서산대사는 이 사리를 나누어 양산 통도사와 이곳 정암사에 봉안했다고 합니다. 서산대사가 진신사리를 정암사에 나누어 놓은 것은 정암사가 워낙 깊은 곳에 있어 해를 입을 염려가 없기도 했고, 또 자장율사가 이곳 정암사에서 입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되어 자장율사가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두 다섯 곳에 나뉘어 봉안되었고, 이 다섯 곳을 5대 적멸보궁이라 부릅니다.

 

적멸보궁 옆 길을 따라 올라가면 수마노탑이 있습니다. 수마노탑(보물 제410)은 수마노석으로 만들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마노석을 가져와 그 돌로 탑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때 용왕의 도움을 받아 마노석을 무사히 옮길 수 있었다 하여 물 수() 자를 붙여 수마노석이라 부르며, 수마노석으로 세운 탑이라 해서 탑의 이름도 수마노탑입니다.

그러나 수마노탑은 마노석으로 쌓은 탑이 아닙니다. 기단부는 화강암을 깎은 돌이고 탑신부는 석회암을 다듬은 돌이라고 합니다. 또 조사 결과 이 탑은 고려시대의 탑으로 추정되고 있어, 자장율사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수마노탑은 돌을 벽돌처럼 다듬어 세운 모전석탑으로, 당당하게 잘생긴 탑입니다. 가파른 산 중턱에 돌로 축대를 쌓은 뒤 그 축대 위에 세운 탑으로, 탑 앞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아주 빼어납니다. 멀리 백두대간을 따라 흐르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깊은 숲 속에 오롯이 자리한 정암사의 아늑한 전경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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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문에서 올려다 본 수마노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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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마노탑>  

 

정암사는 또 신라의 대국통으로 이름을 드높였던 자장율사가 입적한 사찰로도 유명합니다. 자장율사의 죽음에 관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자장율사는 만년에 강릉에 수다사라는 절을 세우고 문수보살을 친견하기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중국에서 한 번 친견했던 문수보살을 다시 한 번 친견하기를 간절히 바랬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에서 만났던 승려가 꿈에 나타나 태백산 갈반지라는 곳에 가면 문수보살을 친견할 수 있다고 일러 주었습니다.

자장율사가 태백산으로 들어가 갈반지(葛蟠地 : 칡넝쿨이 서린 땅이란 뜻)를 찾아 헤매다 마침내 칡넝쿨이 엉켜 있는 곳을 찾아, 그 자리에 석남원이란 사찰을 세웠는데 그 절이 바로 지금의 정암사입니다. 자장율사는 이곳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밤낮으로 기도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낡은 옷차림의 노인이 죽은 강아지를 담은 삼태기를 메고 자장을 찾아왔습니다. 노인이 자장의 시자(侍者)에게 자장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시자는 노인을 비웃었습니다.

네가 누구이기에 감히 우리 큰스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느냐?

그래도 노인이 자장을 만나기를 청하자 시자는 자장에게 가서 노인의 일을 아뢰었습니다. 그러나 자장 역시 노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웬 미친놈이 온 모양이구나. 그냥 돌려보내라.

시자가 다시 노인에게 와서 자장의 말을 전하자, 노인이 말하기를,

돌아가자. 아상(我相)을 벗지 못한 놈이 어떻게 나를 볼 수 있겠느냐.

그리고는 삼태기를 거꾸로 털자 죽은 강아지가 순식간에 사자로 변했고 노인은 그 사자를 타고 빛을 뿌리며 날아 올랐습니다. 그 노인이 바로 문수보살이었던 것입니다. 깜짝 놀란 시자가 자장에게 급히 이 일을 알렸고, 그제서야 자장도 크게 깨닫고 노인을 쫓아갔습니다. 그러나 자장은 그 노인을 쫓아가다가 노인을 보지 못한 채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정암사는 적멸보궁과 수마노탑이 유명하고 또 자장율사에 얽힌 전설이 전해오는 사찰입니다. 그러나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이 어우러져 상쾌한 느낌을 주는 사찰이기도 합니다. 정선이나 태백 쪽을 여행할 때 한 번은 꼭 들러보아야 할 사찰입니다.

 

정암사 : (033)591-2469, http://www.jungamsa.com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214-1

 

주변 맛집

 

만항마을에 닭 요리와 곤드레밥을 내는 식당들이 몇 곳 있습니다. 이중 밥상머리와 만항할매닭집이 많이 알려진 집으로, 메뉴는 닭백숙과 닭볶음탕이 50,000, 오리백숙 55,000원 정도입니다. 밥상머리가 새로 생긴 집으로 건물이 깨끗한 편이고, 만항할매닭집은 이 마을의 원조집으로 건물은 좀 허름한 편입니다. 요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1시간 전쯤 미리 예약하는 게 좋습니다. 

 

밥상머리 : (033)591-2030,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산214

만항할매닭집 : (033)591-3136,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산214-18

 

또 정암사 입구인 상갈래삼거리에 있는 함백산돌솥밥이 곤드레밥으로 유명합니다. 곤드레돌솥정식(2인 이상) 1 12,000, 곤드레돌솥밥 9,000, 함백산돌솥밥(2인 이상) 1 10,000원입니다. 그리고 하이원리조트로 빠지는 길가에 있는 황태명가가 황태해장국을 시원하게 잘 끓이는 집입니다. 황태해장국 7,000, 황태구이 13,000원입니다.

 

함백산돌솥밥 : (033)591-5564,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29-19

황태명가 : (033)591-5288,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274-154

 

대중교통

 

정암사는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렵습니다. 시외버스를 이용해 고한까지 간 뒤 고한에서 정암사행 버스를 타면 됩니다. 버스가 자주 있지 않아 시간이 없으면 택시를 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