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양평의 물소리길 1코스를 걷고 왔습니다.

중앙선 양수역에서 국수역까지 약 14km 정도의 길입니다.

서너 개의 마을을 지나고 두 개의 고개를 넘고

작은 개울과 남한강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좀 더 걸어서, 대략 17~18km 정도를 걸었던 것 같습니다.

세 번이나 길을 잘못 들어서 한참이나 갔던 길을 되돌아오곤 하는 바람에

종일 혼자 짜증부리고 투덜대며 먼 길을 걸었습니다.

돌아가 보니 이정표는 있었는데, 이정표가 잘 안 보이거나 제가 못 보았던 거죠.

그리고 오늘 정도의 길은 이정표가 안 보였어도

방향과 지형만으로도 줄기를 잡을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아마 오늘은 제가 다른 생각에 단단히 정신을 팔고 걸었던 모양입니다.

 

오늘처럼 갈래길이 많은 걷기 코스를 걸을 때나 혹은 사람의 흔적이 드문 산을 걸을 때면

나뭇가지나 전봇대에 걸려 있는 작은 리본이 톡톡히 길안내 역할을 합니다.

이정표나 리본이 보이지 않는 길을 한참 걷다 보면 점차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길을 잘못 든 건 아닐까

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걷다가 리본을 보면 얼마나 반가운지요.

 

오늘 계속 길을 놓치며 걷다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살이에도 저 리본처럼 작은 이정표 하나씩 있었으면

힘들게 살아가다가도 오래도록 리본이 보이지 않으면

리본이 있는 곳까지 되돌아가서 길을 바로잡으면 될 테니까요.

그러나 세상살이에 이정표나 리본은 없으니

힘들고 먹먹해도 그냥 앞으로 가는 수밖에요.

방향을 바꾸거나 되돌아가려 해도 이정표가 없으니 먹먹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더 고달픈 게 인생살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을 더 했습니다.

아마 훌륭한 사람들이란, 자신이 살아가는 길이

다른 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는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옛날 광고에 나왔던 백범 선생님의 말씀이 다시 떠오르더군요.

눈길 함부로 걷지 마라. 네 발자국이 뒤에 오는 이의 이정표가 되리니.

 

그리고 오늘 자꾸 길을 잃은 것 말고도 짜증나는 일이 또 있었습니다.

물소리길은 양평의 전원주택 단지를 두어 곳 지나는데

그 전원마을을 지날 때마다 개 짖는 소리가 우악스러웠습니다.

거의 집집마다 크고 사나운 개 한두 마리씩은 다 키우는 것 같더군요.

시골 마을에서 큰 개라도 키워야 마음이 놓이는 심정은 이해하겠는데

걷는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건 원, 물소리길을 걷는 건지 개소리길을 걷는 건지

그래도 외지인보다는 현지인이 우선이니 뭐라 할 순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