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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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우도>


유명한 극작가인 버나드 쇼는 죽기 전에 자신의 묘비명에 새겨질 글을 직접 썼습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요즘은 이 문장이 오역이라는 말이 힘을 얻고 있지만, 

어쨌거나 아주 재미있는 문장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어찌 보면 의미심장한 내용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어제는 제주 올레 여행 때문에 작은 소란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게스트하우스 한 곳을 정해 모두 같이 머물며 올레길을 걸을 생각이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시흥리의 게스트하우스 세 곳을 정해 각자 예약을 하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이런 결정을 하면서 걱정됐던 것은, 혹시 회원분들이 불안해 하시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혼자 제주로 내려가 긴 여행을 하게 되니 여행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은 당연히 불안과 망설임이 교차될 겁니다.

하지만 사실 불안할 이유도 망설일 이유도 없습니다.

여행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니고 또 제가 항상 근처에 있을 테니까요.

여행에 대한 불안은 사실 여행 자체의 불확실성보다는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일상을 벗어난다는 사실 때문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대개는 불안과 망설임을 동반하게 마련이죠.

그렇다고 계속 망설이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실행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되고 말겠죠.

 

여행편지의 일반 여행은 세심한 부분까지 계획을 세워 진행합니다.

여행에 오시는 분들은 따로 고민하거나 신경 쓸 일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 제주 여행은 그렇게 진행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함께 여행하시는 분들이 같이 그때그때 함께 상의하고 고민하는 여행을 만들 생각입니다.

좀 헐렁하고 거추장스럽고 불편하고 짜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어쩌면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과정도 모두 여행이니

그런 과정을 넘어서서 더 큰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예 욕을 좀 먹을 각오를 하고 제주로 내려갈 생각입니다^^

제 일은 여행하시는 분들에게 이상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겠죠.

이런 여행을 통해서 회원분들이 더 많은 추억을 남기고

또 여행에 대해 좀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실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런 여행의 첫걸음이 바로 마음 속에 웅크리고 있는 불안과 망설임을 떨쳐버리는 것입니다.

 

혹시 여행을 두고 망설이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훌쩍 떠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떠나보면 여행이 그리 망설일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바로 아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하기에 따라서 사람들에게 큰 행복감을 주는 것이 여행입니다.

여행이 아니어도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실행에 옮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늘 망설이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은

사람을 무력감에 빠져들게 만들어 결국은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는 꼴이 되기 쉽습니다.

무엇을 하건 망설이게 된다면 그 망설임의 원인은 대개

하고 싶은 그 무엇이 아니라 자신의 닫혀진 마음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럴 때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