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하게 김천 인현왕후길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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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는 김천의 인현왕후길을 답사하고 왔습니다.

평일인데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길이어서

인현왕후길 9km를 걷는 동안 일행 외에는 단 한 사람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대단한 풍경은 없었지만 여유로운 임도 숲길과 수도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어서

호젓하게 마음 편히 하루를 걷고 왔습니다.

매화가 꽃을 피우는 3월부터 한 달 넘게 계속 여행이 이어져서, 사실 몸도 마음도 조금은 지쳐 있었는데

그제 고요한 숲길을 걸으며 마음이 조금은 환해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이런 여행편지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가장 좋은 여행지는 '사람 없고 편안한 풍경이 있는 곳이라고.

그런 곳에서 마음을 편히 쉬는 것이 가장 좋은 여행이라고.

그런 여행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행복해질 수 있다고.

어쩌면 여행에 대한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그러니까 보편적이지 못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 생각이 옳다는 믿음에 추호의 흔들림도 없습니다.

 

제가 이런 말은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행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과 시각이 조금이라도 바뀌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여행문화가 한 단계 성숙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경치 좋다고 유명해진 곳에 친한 사람들과 놀러 가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

아마 여행을 이런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지극히 불완전한 생각입니다.

경치가 좋다는 것, 친하다는 것, 즐겁다는 것.

이런 것들은 개념도 불투명하고 또 자신의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뜬구름 같은 생각일 뿐입니다.

여행에 대한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이 없는 여행인 거죠.

저는 이런 여행을 우르르 여행이라 부릅니다.

누가 좋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어떤 사람들은 이런 여행을 하고는 뿌듯해하며 이렇게 말하죠.

오늘 하루 잘 놀았다~

 

우리나라는 아직 여행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알찬 여행을 하면 먼저 본인에게 가장 좋겠죠.

그리고 우리나라의 여행문화나 여행산업도 함께 건전하게 발전해나갈 수 있습니다.

알찬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여행 관련 문화도 발전하고

여행 산업도 올바르게 커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발전된 여행문화와 여행산업이 다시 개인의 여행을 더 윤택하게 해줄 수 있을 겁니다.

여행문화나 여행산업은 사람들의 성향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으니

결국은 여행하는 사람들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가 여행상품을 파는 여행사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실제로 어떻게 여행을 해야 좋은 여행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여행인지 또 여행문화나 여행산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런 점은 복잡해서 쉽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 첫걸음이 우르르 여행을 멈추는 것입니다.

경치 좋다고 유명해진 곳에 친한 사람들과 놀러 가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

이제 이런 여행을 멈추고

어떻게 여행하는 것이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인지를 먼저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제 인현왕후길을 걸으며 오랜만에 숲길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행복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