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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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사려니숲>


이제 5월 황금연휴도 봄꽃의 잔치도 모두 끝났습니다.

올 봄부터 5월 연휴까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 없이 지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렇게까지 바쁜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리 바쁘고 힘든 시간을 보냈나 모르겠습니다.

가중되는 몸의 피로와 되살아나는 오랜 통증들 그리고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사소한 일들이

제 마음의 평정을 깨트린 면도 있지만

아마 제 마음이 조급하고 서툴렀던 탓이 가장 크겠죠.

차분하고 침착하게 흘러갔으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그 정도의 차분함은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그만 허둥대며 쫒기듯 지내고 말았습니다.

 

제가 예전에 나름대로 생활 규칙 몇 가지를 정한 적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일을 너무 많이 하지 말 것이었습니다.

일을 많이 해서 성과도 커지고 돈도 많이 벌면 좋겠지만 제 경우는 일을 많이 하면

대개는 그 후유증으로 평정심이 깨지고 한동안 무력감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그게 싫어서 일을 너무 많이 하지 말 것이라는

도인이나 되는 척 건방진 생활 수칙을 정했습니다.

그때는, 꼭 필요한 만큼만 벌고 나머지 시간과 노력은 나를 위해 쓰는 삶을 소망했지만

어느덧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 나이가 되었습니다.

세상을 살아보니 세상 일이란 항상 부족하거나 넘치더군요.

그러니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살 수밖에요.

대신 마음이 흔들리지만 않으면 되겠죠.

넘치는 시간을 보냈으니 또 부족한 시간이 찾아오리란 걸 예감합니다.

그때 제가 또 조급해하거나 두려워하며 평정심을 깨트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제 한숨 돌리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찾았으니,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갈 때인 것 같습니다.

시간을 내서 뒷산의 제 비밀의 쉼터 라마의 정원도 찾아가 보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사랑하는 고양이 달래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먼 앞날을 생각하며 평정심을 되찾아야겠습니다.

요 며칠은 거울을 볼 때마다

왠 낯선 남자가 저를 쳐다보는 것 같아서 몹시 당혹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