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변산 마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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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변산 마실길을 답사하고 왔습니다.

오래 전에 걸었던 길인데 12월에 마실길 여행이 예정되어 있어서, 점검 차 다시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요즘은 주중 여행이 많아서 답사 갈 시간을 내기 힘듭니다.

그렇다 보니 거의 한 달만에 답사를 다녀온 것 같습니다.

저는 집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요즘 더 정신이 없었기에

어제 변산 마실길 답사는 오랜만에 떠난 느긋한 여행이었습니다.

 

변산반도는 요즘 인기가 좀 시들해졌지만 예전에는 인기 절정의 여행지였습니다.

신혼여행을 변산반도로 가는 사람들이 많았을 정도라니 그 인기가 짐작이 가시겠죠.

물론 저만해도 변산반도 신혼여행이 낯설게 느껴지니, 아마도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쯤의 이야기일 겁니다.

아무튼 변산 마실길은 변산반도의 해변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모두 여덟 개의 코스로 나뉘어져 있는데 어제 걸었던 길은 2코스 일부와 3코스였습니다.

고사포해수욕장에서 채석강까지 변산반도의 서쪽 끝 바다를 10km쯤 걸었습니다.

 

변산 마실길은 수수한 풍경의 바닷길입니다.

바다부채길처럼 멋진 풍경이 늘어서지도 않았고 태안 해변길처럼 잘 꾸며놓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그런 소나무숲을 지나고 전혀 인상적이지 않은 작은 포구를 지나고

동네 뒷동산 같은 작은 해변 고개를 걷고 한적한 도로 옆을 걷기도 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바싹 긴장해서 카메라를 들이댈 만한 풍경이 없는 길입니다.

끝 지점인 채석강에나 가야 기묘한 바위 해변 풍경이 눈길을 끌죠.

 

그래도 어제는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음을 느꼈습니다.

변산 마실길처럼 수수하고 소박한 분위기의 길을 걸을 때면 느끼는 기분이죠.

이런 길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대단한 풍경이 없으니 긴장하거나 들뜰 일도 없고

길이 힘들지도 않으니 굳이 마음을 다잡을 일도 없고

그저 허랑허랑 걸으면 되는 길이니까요.

이런 길은 가끔, 잘 닦여진 거울처럼 제 쓰라린 속 마음을 비춰 보여주기도 하지만

어제는 그런 일도 없이 마음 편히 걸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들끓던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던 거죠.

 

변산 마실길은 바닷마을에 있는 수수한 외갓집의 앞마당을 거니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실길이라는, 왠지 낡고 촌스런 이름과 잘 어울리는 길이죠.

하지만 이런 길에는 외할머니의 손길 같은 따듯한 정이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길을 걷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왠지 다시 기운이 솟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죠.

12월 초겨울 추위가 시작될 때 변산 마실길을 걸을 예정입니다.

변산반도의 바다를 따라 걸으며 하루 정도 마음을 홀가분하게 만들고 싶은 분은

12월 여행에 참여하셔서 마실길을 걸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