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은빛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백담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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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때 이른 강추위로 서울이 꽁꽁 얼었습니다.

사실 서울 같은 도시에서야 얼어붙을 것도 많지 않습니다.

바닥의 아스팔트도 시멘트 건물도 상가의 유리도 모두 딱딱한 것들이니

새삼스레 얼고 말고 할 것들이 아니죠.

하지만 하늘도 대기도 하얗게 얼어붙은 것 같았고

또 털모자에 가려 반쯤 드러난 사람들의 표정도 굳게 얼어 있었습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겨울이구나. 이 긴긴 겨울을 또 어떻게 넘겨야 하나

사람들의 굳은 표정은 한결같이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때 이른 강추위가 꼭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어제 점심 무렵에 밖에 나서 보니 의외로 거의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기온은 영하 5도까지 떨어져 있었지만 영하 10도의 강추위를 겪고 나니

영하 5도의 추위쯤은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영하 10도라는 강력한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죠.

그 예방주사 덕에 웬만한 추위는 그리 유난스레 느껴지지 않았던 겁니다.

이렇게 강추위를 한 번 겪고 나야 몸도 마음도 겨울에 적응해서

자연스럽게 겨울을 보낼 수도 있는 것이겠죠.

그리고 겨울 풍경을 즐기기 위해 씩씩하게 밖으로 나설 수도 있는 것이겠죠.

 

지난 겨울에도 매주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러 곳을 다녔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여행은 백담계곡 트레킹이었습니다.

겨울 백담계곡은 호젓한 겨울 산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꽝꽝 얼어붙은 계곡에는 흰 눈이 그대로 덮여 겨울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였고

채 얼지 않은 계곡 한 켠에선 계곡 물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습니다.

사철 푸른 소나무들은 그 굳센 잎과 가지 위에 흰 눈을 소복이 이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한 줄기 바람이 휙 스쳐가면, 가지 위에 눈은 폭 터지며 하얗게 눈가루로 흩어지더군요.

계곡 양쪽으로 우뚝 솟아 있는 산 능선은 허연 뼈대를 드러낸 채 강건하게 겨울을 버티고 있었고

추위에 지친 태양은 높이 솟아오르지 못하고

간신히 겨울 능선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바로 산 너머로 떨어졌습니다.

수채화 같은 고요한 겨울 풍경 속에서도 새들은 여전히 재잘대고 있어서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런 하얀 겨울 풍경 속을 하염없이 걸어 백담사로 들어가

겨울 산사에서 풍경 소리를 들으며 따듯한 차 한 잔을 마시고 나왔습니다.

 

겨울 백담계곡이 기억에 오래 남았던 건

백담계곡에 투명하고 따듯한 겨울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백담사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 겨울은 원래 이렇게 투명하고 맑은 계절이었지.

도시의 겨울은 그저 흐리고 차가울 뿐이니

도시 사람들이 겨울을 싫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라.

 

겨울의 정취를 제대로 느껴보시려면

올 겨울 시간을 내서 백담계곡을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용대리 주차장에서 백담사까지 왕복 14km로 거리가 길긴 하지만

힘든 오르막이 있거나 하진 않아서 크게 힘든 코스는 아닙니다.

또 백담사의 기온이 낮긴 하지만

백담계곡이 워낙 겹겹이 산에 막혀 있어서 바람이 들지 않아 의외로 춥지 않습니다.

다른 계절과 마찬가지로 겨울에도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한 번쯤은 겨울의 아름다움을 찾아 여행을 떠나 보시기 바랍니다.

마음을 비우고 텅 빈 겨울 속으로 들어가면

도시에서는 알 수 없었던 무엇인가가 가슴 속에 차오르는 듯한 느낌을 반드시 느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