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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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영동선 산골짜기에 있는 양원역이라는 역사입니다.

벽돌로 주섬주섬 집의 형태를 만들고 빛 바랜 하얀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단출한 건물입니다.

역사이지만 표를 팔거나 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안에 들어가 보면 긴 나무의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더군요.

하지만 아직도 이 역에는 기차가 정차합니다.

 

양원역이 있는 원곡마을은 예전에는 차도 들어가지 못하던 곳이었습니다.

20여 가구가 이 마을에서 살고 있지만 외부와는 완전히 단절되다시피 한 마을이었죠.

그러다가 1955년 영동선이 개통되자 기차가 이 마을을 지나가기 시작했는데

그때도 역은 없었습니다.

주민들은 5.5km나 떨어진 승부역까지 걸어가서 기차를 타고 외지로 나가야 했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들어올 때는 기차가 마을을 지날 때 밖으로 짐을 던져놓고

승부역에서 원곡마을까지 걸어 들어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걷는 길조차 변변치 않아서 철길을 따라 걷다가 사고를 당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네요.

 

마을 사람들이 역을 만들어 달라고 아무리 부탁을 해도

20여 가구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에 역이 들어설 리가 없었죠.

결국 마을 사람들이 직접 이 역사를 만들고

기차가 서게 해달라고 다시 간청해 마침내 기차가 서게 되었고

마을 사람들이 만든 저 작은 건물이 역사가 되었습니다.

양원역의 안내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사라는 안내글이 적혀 있더군요.

 

얼마 전 봉화의 세평하늘길을 걷다가 이 양원역에서 잠시 쉬어갔습니다.

아픈 사연을 품은 작은 역사에는 왠지 눈길을 주기조차 안타깝더군요.

역 앞 철길 건너에 무심히 흘러가는 낙동강만 무연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잠시였지만 가슴이 먹먹하더군요.

아픈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치유된다지만

아픈 사연은 시간도 어쩌지 못하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