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끝났습니다.

뉴스에서는 사람들이 명절을 반긴다고 하네요.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도 고향 갈 생각에 즐겁기만 하답니다.

그런데 저는 명절이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나는 왜 명절이 부담스럽지?

이런저런 이유가 머리 속을 맴돌았지만

꼭 집어서 지목할 만한 이유는 떠오르지 않더군요.

 

생각해보니 사실 저는 명절만 부담스러운 건 아니었습니다.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 넣어야 할 날은 대개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기도 하죠.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 넣어야 할 날은 즐거워해야 할 날이 대부분인데 말이죠.

생각은 여기까지만 했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봐야 좋을 게 없는 생각은 그만두는 게 좋으니까요.

 

생각을 멈추자 잠시 허전함이 느껴지더니, 문득 동백꽃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빨간 꽃잎과 노란 꽃술이 강렬하면서도 순결한 그리고 세상을 외면하듯 무심한,

그렇게 핀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는지요.

꽃은 다 예쁘다지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꽃이 따로 있습니다.

제게는 동백꽃이 그렇습니다.

어쩌면 이번 주말에 동백꽃을 보러 매물도로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잘 피어난 동백꽃을 보면 제 마음이 잠시나마 맑게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물도의 동백꽃은 잘 피었나 모르겠습니다.

 

설이 지나니 추적추적 비가 내립니다.

이 비가 동백의 긴 겨울잠을 깨우는 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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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지심도에서 본 동백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