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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남쪽 섬진강에는 예쁜 이름의 마을이 있습니다.

장터로 유명한 화개가 바로 그곳입니다.

화개(花開), ‘꽃이 열린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화개마을은 꽃이 열리는 마을이라는 뜻이죠.

실제로 봄의 화개마을은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꽃을 열고

화개천을 화사하게 수놓는 벚꽃으로 절정을 이룹니다.

벚꽃이 지면 다시 맑고 흰 배꽃이 피어나니,

화개란 이름이 딱 들어맞는 곳입니다.

 

지리산에서 시작해 이 화개를 가로질러 섬진강으로 들어가는 물줄기가 화개천입니다.

화개의 벚꽃이 이 화개천을 따라 길게 이어지며 피어나서

4월 초면 화개천은 온통 연분홍빛 벚꽃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맑은 화개천과 강변의 푸른 녹차밭을 배경으로 화사하게 피어나는 화개천 벚꽃은

가히 우리나라 최고의 벚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벚꽃길이 십리나 이어진다고 해서 십리벚꽃길이라 부르기도 하고

예로부터 연인들이 이 벚꽃길을 걸으면 결혼을 하게 된다 해서

혼례길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화개천 벚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화개천에 벚꽃이 활짝 피어나야 마침내 봄이 시작됩니다.

매화가 피어도 꽃샘추위가 들락거리니 완전한 봄은 아닙니다.

매화가 지고 화개천의 벚꽃이 피어나야 완연한 봄인 것이죠.

 

저는 거의 매년 벚꽃 필 때면 화개천을 찾아갔습니다.

벚꽃잎 휘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겨우내 참았던 긴 한숨을 내쉬곤 했습니다.

따스한 녹차밭과 화개천을 바라보며 겨우내 먹먹했던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습니다.

다음 주말이면 저는 또 화개천 벚꽃길에 서 있을 겁니다.

화개천 벚꽃이 올해도 얼었던 제 마음을 또 풀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겨울은 너무도 길고 사나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