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만조의 만리포 해변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냥 망연히 바다를 바라보고 싶었는데 어느새 가슴이 시려졌습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면서도 혼자 있으면 가슴이 툭 무너지니

무슨 시답잖은 꼴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갑자기 찾아온 몸살 때문이었을 겁니다.

 

만리포 바다는 서툴게 풀어진 회색 물감처럼 탁하고 우울했습니다.

어제 그 만리포에서, 백사장으로 밀려들어오는 밀물의 물살을 보았습니다.

바람이 잔잔해서 파도는 희미한 주름처럼 흐릿했지만,

먼 바다가 크게 부풀어오르며 육지로 물을 밀어대는 바다의 힘은 도도하고 완강했습니다.

가볍게 일렁이는 파도는 그 완강한 바다의 힘을 눈치조차 채지 못하더군요.

 

어려서부터 희미하게나마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파도 같은 사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밀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이제 다 부질없는 일이 되고 말았지만,

만리포 바다의 도도한 밀물을 보니 조금은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은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먼 산을 바라보니

어제 만조의 만리포 바다처럼 초록빛이 가득 부풀어올라 있습니다.

갑자기 찾아왔던 몸살은 빠르게 가라앉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