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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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죠.

해가 쨍한 날에는 날씨가 좋다말하고, 흐리거나 비 오는 날에는 날씨가 나쁘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이것도 사람들의 편견이 아닌가 싶습니다.

날씨 입장에서는 해가 뜨거나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거나, 다 같은 변화일 뿐입니다.

많진 않아도, 흐린 날이나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날씨를 두고 좋다’ ‘나쁘다말하는 것은

흔한 언어습관이긴 해도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맑은 날보다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을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여행 진행을 하는 날에는 하늘이 깨끗하기를 간절히 바라죠.

날씨가 여행에 끼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행 진행이 있는 날은, 날씨가 맑으면 제 마음까지 환해집니다.

하지만 일이 없는 날은 다시 제 스타일대로 돌아가죠.

비가 오면 주섬주섬 배낭을 메고 산으로 올라가는 그런 스타일로 말입니다.

비 내릴 때의 숲은 말할 수 없이 싱그럽고 향긋해서

맑은 날의 숲보다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숲이 아니더라도, 흐린 날의 우울함이나 비 오는 날의 처연함은

맑은 날의 화창함보다 분명히 더 감성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행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맑은 날의 여행은 가볍고 산뜻해서 좋지만 사실 감성적인 매력은 덜합니다.

흐리거나 비가 조금 내리는 날의 풍경이 훨씬 더 감성적이죠.

노래 가사에 보다 가 백 배쯤 많이 나오는 까닭도 이런 때문이겠죠.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난 여행들 중에서도 비 왔던 날의 여행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비 내리는 날의 여행이 번거롭고 불편하기는 해도, 결코 맑은 날의 여행에 뒤지지는 않습니다.

맑은 날의 여행이, 기분이 좋아지게 해주는 여행이라면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의 여행은 감성을 풍성하게 해주는 여행입니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감기약처럼 단기간의 효과를 얻는 길지 않은 즐거움이지만

감성이 풍부해지는 것은, 몸에 좋은 보약처럼 오래 지속되는 은근한 흐뭇함일 수 있습니다.

물론,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마음이 닫혀 있으면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느끼는 것도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비가 너무 많이 내리는 날은 곤란하지만 적당한 비가 내린다면

멀지 않은 곳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 보시기 바랍니다.

우산 너머로 펼쳐지는 촉촉한 풍경이 어쩌면

메마른 당신의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셔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