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연과 아름다운 풍경의 길, 무주 맘새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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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 맘새김길>


지난 수요일에는 무주의 맘새김길을 답사하고 왔습니다.

예전에는 학교가는길이란 이름으로 알려졌는데,

이 길을 좀더 다듬어서 맘새김길이란 새 이름을 붙여 주었더군요.

맘새김길은 아주 다양한 풍경을 걷는 길입니다.

무주 금강변의 복숭아밭과 사과밭을 지나서 다리를 건너고

다시 금강에 바싹 붙은 강변길을 걷다가 향로봉으로 올라갑니다.

향로봉에 올라서면 금강에 감싸인 내도리라는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보게 되죠.

그리고 향로봉 능선을 따라 차분한 숲길을 걸은 뒤 무주읍내로 내려가게 됩니다.

독특한 강변길과 시원한 향로봉의 조망이 그리고 차분하고 아늑한 능선길이 인상적입니다.

아주 다양한 풍경을 품은 명품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코스는 내도리라는 마을에서 길이 시작됩니다.

내도리(內島里)’라는 이름은 우리말로 하면 안섬마을입니다.

내륙지방인 무주에 있으니 당연히 섬은 아니죠.

그런데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건, 금강이 이 마을을 휘감고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배를 타고 금강을 건너야만 바깥 세상으로 나갈 수 있었으니

섬이나 다름없다 해서 안섬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죠.

 

배를 타야만 바깥 세상으로 나갈 수 있으니 불편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등하교 문제였습니다.

사진은 맘새김길에 있는 질마바위입니다.

1971년에 내도리 사람들이 이 바위를 망치와 정으로 쪼개서 이렇게 길을 만들었다네요.

이유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이들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이 길을 지나 또 고개를 하나 넘어

무주읍내에 있는 학교에 갔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망치와 정만으로 큰 바위를 쪼개서 길을 만들었으니

당시 마을사람들의 교육열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겠죠.

이 마을 부모뿐이 아니라 70년대 부모들의 마음은 모두 한결같았습니다.

아이들은 어떻게든 공부를 시켜서 나처럼 살게 하진 않겠다.

당시 부모들의 마음은 온통 이 생각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안섬마을 사람들의 이 뜨거운 교육열이 날벼락으로 바뀌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70년대에 등교하는 아이들을 태운 배가 뒤집혀서

십수 명의 어린 아이들이 금강에 빠져 죽는 사고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차마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사고가 벌어진 것입니다.

이 사고 후에 정부에서 부랴부랴 안섬마을에 다리를 놓아 주었고

그제서야 안섬마을 사람들은 배를 타지 않고도 바깥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 자식을 잃은 안섬마을 부모들은

마을에 길을 닦고 다리를 놓는 광경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자식의 목숨과 바꾼 그 다리를 맨 정신으로 건널 수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길의 옛 이름이 학교가는길이었다는 게 이제 이해가 되시죠.

학교가는길이라는 이름에는 이런 슬픈 역사가 배어 있습니다.

차라리 맘새김길로 이름을 바꾼 것이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마음이 덜 불편하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맘새김길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지난 수요일, 맘새김길을 걸으며 슬픈 사연에 마음이 아리고

포근하고 시원한 풍경에 가슴이 시원해졌습니다.

양립하기 힘든 이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이 불편했지만

본래 여행이란 것이 다양한 대상을 통해 여러가지 감정을 이끌어내는 일이니,

너무 마음 아파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슬픈 역사와 아름다운 풍경,

우리 땅에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품은 곳들이 아직도 꽤 많이 있습니다.

슬픈 역사는 마음이 아프지만, 후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 위해 기록된 것은 아닙니다.

 이 일을 잊지 말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게 하지 말라는 의미겠지요.

이 길의 이름을 맘새김길로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