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옛길은 어찌 되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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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관령옛길>


지난 토요일에는 정선의 화절령 운탄길을 걷고 왔습니다.

운탄길은 백운산 자락을 휘감아 도는 임도로,

예전에 이 지역에 탄광이 있을 때 탄차들이 석탄을 실어 나르던 길입니다.

지금은 모두 폐광이 되어 운탄길도 제 역할을 잃어버렸죠.

운탄길을 걷는 것은 그 텅 빈 길을 걸으며 정선의 산자락 풍경을 즐기는 트레킹입니다.

 

운탄길은 이제야 봄이 찾아와서 초봄의 싱그러움으로 물들고 있었습니다.

그 초봄의 풍경도 인상적이었지만, 가끔씩 불어오는 거센 바람이 마음을 무겁게 하더군요.

메마른 산에 바람이 불 때마다 마치 큰 싸리비로 비질을 하는 것처럼 먼지가 피어 올랐습니다.

그 바람을 보시던 회원 한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이걸 어째너무 말랐네. 비가 좀 와야지

저도 걱정이 되더군요.

메마른 산에 이렇게 바람이 불면 안 되는데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뉴스를 보니, 강릉, 삼척의 큰 산불 소식으로 난리더군요.

매년 봄이면 땅이 마르고 바람이 거세져서 영동지방에는 가끔 큰 산불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동시에 여러 곳에서 큰 산불이 있었던 적은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이번 강릉 산불은 뉴스를 보니, 대관령옛길을 다 태운 것이 아닌가 걱정됩니다.

대관령옛길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길이어서, 매 년 두어 번씩은 찾아가는 길입니다.

소나무도 좋고 계곡도 좋고 단풍도 좋고, 걷기도 힘들지 않아서

마음 편히 여행할 수 있는 곳이 대관령옛길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제 짐작이 맞아서 대관령옛길이 모두 타버렸다면

그 길이 다시 살아나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겠죠.

그리고 대관령옛길을 걸으며 만났던 다람쥐, 청솔모, 꿩들은 다 어찌 되었을지.

뉴스를 보며 오랜 친구 하나가 떠나가는 듯한 허전한 느낌이 들더군요.

 

이렇게 비가 오지 않으면 또 봄 가뭄으로 고생하는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대관령옛길을 걱정했지만 더 중요한 건 피해를 입거나 혹은 입게 될 주민들입니다.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의 절망은,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짐작도 하지 못하겠죠.

피해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삶의 터전을 다시 일구어낼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것이 시급합니다.

내일 비 예보가 있지만 비의 양이 적어서 충분히 땅을 적셔줄 정도는 아닌 듯싶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동해안의 산불이 진화되고

비가 자주 내려서 대지를 촉촉히 적셔 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