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골, 수도녹색길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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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녹색길>


어제는 경북 김천의 수도녹색길을 답사하고 왔습니다.

수도녹색길은 김천시내에서도 한참을  들어가는 첩첩산골에, 

수도산과 단지봉의 높은 산허리를 구불구불 도는 임도 길입니다.

 길이 김천 모티길의  코스인데, 모티란 말이 경상도 사투리로 모퉁이란 뜻이라네요.

이름이 모퉁이길이니, 얼마나 휘휘 도는지 짐작이 되시겠죠.

이정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얼마나 걸었는지 정확히는   없지만

6시간 가까이 걸었으니, 15km 넘게 걸은  같습니다.

 

수도녹색길은 걷기에 괜찮은 길이었습니다.

거리가 길어서 단조롭고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자작나무숲도 괜찮았고 낙엽송숲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볕이 드는 구간이 있긴 했지만, 중간중간  트인 전망도 시원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관리 트럭이   지나갔고,  초입에서 잠깐 올라와 봤다는 사람들을 만났을 뿐입니다.

답사  걸었지만 너무 상쾌하고 조용해서 오랜만에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걸었습니다.

김천의 수도녹색길은

배낭 하나 둘러메고 혼자 타박타박 걸으며 일상의 시름을 덜어내거나

아니면 여행 친구와 가벼운 이야기를 도란거리며 걷기에 좋은 길이었습니다.

그렇게 평화롭고 자유롭고 한적한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수도녹색길은 의외의 곳에서 문제가 있어서 아쉽게도 여행 진행 불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걷기 종착지인 원황점마을이 워낙 오지여서 버스가 들어가지 못하는 마을이었습니다.

미리 점검을 하지 못한  불찰로,  그대로 헛걸음을  꼴이 된 거죠.

아쉬워서 방법을 찾아보려 한참을 궁리했지만

워낙 서울에서 먼 곳에 있는 길이어서 뾰족한 방법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소득 없는 답사를 하면 대개는 허탈해지는데 어제는 그래도 기분이 괜찮았습니다.

황당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 산뜻한 길을 걸었으면 하루를  보냈다 싶더군요.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답사에 실패하고도 오늘 하루 잘 보냈다니?

여행이 일인 사람은 이 점을 반드시 경계해야 되겠구나.

개인적으로 일과 여행을 정확히 구분해야 하겠구나.

일로서의 여행과 개인적인 휴식으로의 여행을 혼동해서 안 되겠구나.

자칫 잘못하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생각을 해보니 조금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내 마지막 여행은 도대체 언제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