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로령이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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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에 회원분들과 오대산 두로령을 걸었습니다.

두로령은 임도 16.5km를 걸어야 하는 길고 지루한 길이었죠.

그렇지만 그런 길이 또 묘한 매력이 있어서 매년 두세 차례는 찾아갔던 길입니다.

비슷한 풍경 속을 하냥 걷다 보면 몸도 마음도 정화되는 듯한 느낌이 들던 곳이죠.

종착지에 다다를 쯤에는 머리 속이 하얘지던 길이었습니다.

 

그 길고 지루했던 두로령 길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임도 5km를 뚝 잘라내고 숲길 1km를 만들어 그 구간을 통과하게 만들었습니다.

5km 거리를 1km로 정리했다는 건 그만큼 길이 빙빙 돌았다는 반증입니다.

하지만 길을 정리한 이유는 빙빙 도는 길을 단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구간에 낙석 위험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아무튼 두로령은 이제 길이도 4km가 단축되어 걷는 부담을 덜었고

중간에 숲길 1km가 끼어서 임도만 걷던 단조로움도 어느 정도 해소되었습니다.

여행을 진행하는 제 입장에서도 이런저런 부담이 좀 줄었죠.

하지만 두로령의 매력이 반감된 듯한 아쉬움은 있습니다.

아마 이런 아쉬움을 느끼시는 분이 꽤 계실 것 같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느끼는 점 중 하나가 여행지도 변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두로령의 변화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내린 조치이니 원인이 매우 단순하죠

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이유로 변화를 겪는 여행지들도 많습니다.

여행지, 특히 걷기 길은 여러가지 이유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여행지들이 변해가는 건

때로 아쉽기도 하고 때로 환영 받을 일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그 여행지를 갔던 사람들은 추억 속에 있는 여행지의 예전 모습을 그리워하고

처음 찾아가는 사람도, 그 여행지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던 예전 모습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본래 변하는 법이니 여행지가 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추억도 변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행지가 변하는 건 담담하게 받아들여야겠죠.

하지만 머리 속 생각과는 달리 마음은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두로령을 걷고 와서, 두로령이 더 좋아졌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네요.

이제 두로령에 무념의 길이란 수식어를 붙여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두로령의 매력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새로 만든 숲길도 싱그러웠으니

가을에 다시 차분하게 두로령을 걸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