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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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치계곡 옹녀폭포>


어제는 광치계곡을 답사하고 왔습니다.

광치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해 광치계곡을 거슬러 대암산 솔봉까지 올라갔다가

양구생태식물원으로 내려가는 약 9km의 길을 걸었습니다.

 

답사는 저희에게 여러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새 여행상품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일이죠.

또 답사 때는 여행을 진행할 때보다 곱절은 피곤한 여행을 하게 됩니다.

번갈아 운전을 해야 하고 여행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거리를 걷게 됩니다.

다 걸어봐야 잘라낼 길은 잘라내고 보탤 길은 보태서 여행 코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피곤한 작업이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답사는 저희가 작은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휴게소에서 느긋하게 커피도 한 잔 마시고 맛집을 찾아가서 밥도 사먹을 수 있는 시간이죠.

일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여유 있게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피곤하지만 그나마 여행과 일에 작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 이 시간이 답사의 시간입니다.

하지만 어제 답사는 그 작은 즐거움조차 없었던, 그러니까 피곤하기만 했던 답사였습니다.

광치계곡의 풍성한 자연스러움도 옹녀폭포의 아늑한 상쾌함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아주 오래 전 유행가에 이런 가사가 있었습니다.

세월이 약이겠지요.

어떻게 이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오래된 노래입니다.

노래를 부른 가수도 노래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데, 어제 밤에 저 가사가 불쑥 떠오르더군요.

어렸을 때는 당연히 저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세월이 약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이래. 약국에서 세월도 파나?

뭐 이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겠죠.

하지만 이제 먹을 만큼 나이를 먹고 나니 저 가사가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자기 손으로 해결하겠다고 함부로 덤볐다가는

오히려 문제만 더 커질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덧나지 않게 잘 덮어두고 조용히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머리로는 잘 알고 있어도, 머리와는 다르게 마음이 그 기다림을 견디기 힘들어하죠.

 

요즘 여행편지가 그런 일을 겪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작은 답사의 즐거움조차 사라져 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고, 또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다림의 시간을 잘 견뎌내면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이 그리 편치 않습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저처럼 우둔한 사람에게는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시간에 맡길 일은 시간에 맡기고, 무심한 마음으로 제 일에 충실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직 멀었거나 혹은 절대 그렇게 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요.

 

P.S 어제 답사한 코스가 7월 광치계곡 여행에서 계획된 코스였는데 다 걷고 코스를 조금 바꾸었습니다.

광치자연휴양림에서 시작해 광치계곡의 옹녀폭포까지 왕복으로 약 5km를 걷고

춘천 오봉산의 청평사를 돌아보는 것으로 여행을 수정했습니다.

옹녀폭포에서 솔봉까지 오르는 길이 제법 힘든 코스인데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더군요.

또 솔봉에서 양구생태식물원으로 내려가는 길도 가파르고 중간중간 험한 구간이 있었습니다.

7월이면 한여름인데 굳이 힘든 산행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광치계곡을 가볍게 옹녀폭포까지만 왕복으로 걷고,

분위기가 아늑한 청평사를 돌아보는 것으로 일정을 바꾸었습니다.

가벼운 여름 여행으로는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옹녀폭포까지 이어지는 광치계곡은 가벼운 여름 트레킹 코스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