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리의 개들


얼마 전에 뉴스에서 제주의 들개에 관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버려진 개들이 몰려다니며 사람을 공격하기까지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버려지지 않았으면 반려견으로 사람과 잘 어울려 살았을 개들이 
들개라는 말을 듣고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분명히 개를 버린 주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일입니다.

제가 묵고 있는 시흥리에도 개들이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개를 묶어 키우지 않아서
시흥리의 개들도 자유롭게 동네를 활보합니다.
시흥리 생활이 닷새째로 접어드니 저는 개 두 마리가 눈에 익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놈들도 저희 일행을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올레길을 걷고 시흥리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요놈들이 꼬리를 흔들며 다가옵니다.
살랑걸음으로 다가와 얼굴을 부빕니다.
누가 봐도 반가워하는 표정입니다.

한 놈은 백구이고 한 놈은 거무튀튀한데 
두 마리 모두 덩치가 꽤 됩니다.
백구는 애교가 넘쳐서 아마 꽤나 예쁨을 받을 것 같습니다.
반면에 거무튀튀는 좀 험상궂은 얼굴입니다.
제 룸메이트가 첫날 이 거무튀튀를 만나 정신없이 도망쳤다네요.
소도 때려잡을 것처럼 생긴 사람이 헐레벌떡 도망쳤을 정도이니 
거무튀튀의 흑빛 카리스마가 짐작이 되시나요.
그래도 이제는 요 거무튀튀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저희를 쫒아다닙니다.
저도 며칠 얼굴을 보니 험상궂던 거무튀튀의 얼굴도 점점 귀엽게 느껴지네요.
떠날 때쯤이면 요놈들과의 이별도 마음이 짠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립니다.
비에 젖은 제주의 검은 돌과 검은 흙이 더 진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비를 맞으며 올레길 20코스를 걷겠네요.
비가 내리니 오늘은 버스정류장에서 백구와 거무튀튀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