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칠선계곡

 

 

58비선담(여행편지).jpg


그제는 함양의 지리산 칠선계곡을 걷고 왔습니다.

칠선계곡은 예전부터 여러 사람에게 멋진 계곡이란 말을 익히 들었기에, 꼭 가보고 싶던 계곡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칠선계곡이 탐방예약제로 묶여 있었기에

미리 예약을 하는 절차가 번거로워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죠.

그러다가 얼마 전에 칠선계곡이 개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 답사 차 다녀왔습니다.

 

칠선계곡은 듣던 대로 옹골찬 근육질의 계곡이었습니다.

큼직한 바위들이 계곡 여기저기를 막아서서,

계류는 그 바위들을 피하느라 물길을 뒤틀며 숨가쁘게 흘렀고

그렇게 거친 계곡을 따라가는 길도 얌전히 계곡을 따라가지 못해서

계곡을 벗어나 숲속을 에돌아가기 일쑤였습니다.

비선담까지 이어지는 3.8km의 길 중 7할이 계곡과 떨어진 산길이었습니다.

산길을 따라 고개를 하나 넘어서 잠시 계곡을 따라 걷다가

다시 계곡과 멀어지며 고개를 하나 넘어서 계곡을 만나고. . .

이런 식의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걷는 재미는 이런 길이 훨씬 좋습니다.

계곡만 따라가는 단조로움도 없고, 가벼운 고개를 넘는 숲길 산행의 재미도 더해지죠.

길 중간중간에 만나는 계곡은 우렁차게 흘러내리고 숲길에서는 맑은 새소리와 시원한 바람소리가 이어져

땀은 흘렀지만 더운 줄 모르고 걸었습니다.

 

지리산 칠선계곡은 듣던 대로 거친 계곡이었지만

의외로 아기자기한 매력도 품은 야누스적인 계곡이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얼마 전에 한참 회자되던 나쁜 남자 같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거칠지만 다양하고 섬세한 매력이 있는 계곡입니다.

걷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칠선계곡 답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니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네요.

여름이라 그러려니 하지만 마음은 벌써 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습니다.

한여름 서울은 참으로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내일은 주왕산의 절골계곡으로 떠납니다.

주말에 집에만 계시지 말고 가까운 산이나 계곡을 찾아가 시원한 자연의 바람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기계가 만드는 에어컨 바람과는 달리, 자연의 바람에는 기계가 흉내내지 못하는 생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