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장수와 부채장수의 어미

 

 

우산장수와 부채장수를 아들로 둔 어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날씨가 맑으면 우산이 안 팔리니 우산장수 아들을 걱정하고

비가 우면 부채가 안 팔려서 부채장수 아들을 걱정하느라

근심 가실 날이 없다는 어미의 이야기입니다.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제가 요즘 이 이야기를 떠올리는 건 기상 예보의 중요성 때문입니다.

만일 오늘 날씨가 맑다는 예보가 나와서

우산장수 아들은 장사를 쉬고 부채장수 아들이 부채 장사를 나섰는데

예보와 달리 종일 비가 온다면 두 아들이 모두 공치는 날이 되겠죠.

거꾸로 비가 온다는 예보가 나왔는데 날이 맑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면 우산장수와 부채장수를 자식으로 둔 어미의 심정은 어떨까요.

 

첨단기술의 시대인 요즘도 날씨는 특정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쉽게 떠오르는 곳은 에버랜드나 서울랜드 같은 놀이동산이겠죠.

이런 곳들은 휴일에 비가 오면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비도 오지 않는데 큰 비가 내린다는 예보 때문에 입장객 수가 뚝 떨어졌다면

아마 기상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이라도 걸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여행편지도 이런 점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처럼 예보의 정확도가 떨어질 때면 늘 하늘을 보며 가슴을 졸여야 합니다.

올 여름 큰 비 예보로 두 번의 여행을 연기했는데, 두 번 모두 그렇게 많은 비가 오지 않았죠.

또 지난 곰배령 여행 때는 하루 전까지도 비 예보가 없었는데 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이럴 때면 여행에 참여한 회원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쓰립니다.

사실 저희의 잘못은 아닌데 말이죠.

 

지금은 일요일 밤 9시가 넘은 시각입니다.

이번 화요일에 선자령 여행이 잡혀 있어서

저는 오늘 아침부터 기상 상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좀 전에 기상청 사이트에 들어가서 제주 지역의 위성사진과 예보상황을 보니

이번 비도 어쩌면 기상청의 과잉예보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비 구름이 제주를 완전히 뒤덮었는데 현재 제주에는 1mm 미만의 비가 내리고 있다네요.

예보에 따르면 제주에는 지금 폭우 수준의 비가 내려야 하는데 말이죠.

이번 구름이 비를 많이 머금은 구름이 아닐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하늘의 일을 정확히 알 도리가 없으니 좀더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날이 맑다는 예보에 따라 여행을 나서면 비가 오고

비가 온다는 예보에 따라 여행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면 비가 오지 않고

올 여름에는 이런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되고 있습니다.

선자령 여행이 있는 화요일의 기상청 예보도 수시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번 선자령 여행은 일단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번 여행 때 한 번 말씀 드린 적이 있는데

여행편지는 날씨가 좋지 않을 때 무리하게 여행을 강행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너무 소극적으로 진행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여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회원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날씨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저희를 믿어 주시기를 바란다는 말씀입니다.

어쩌다 궂은 날씨를 만나면 그 상황에서도 가능한 안전하고 좋은 여행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의 여행이 맑은 날의 여행보다 훨씬 더 인상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편안했던 여행보다 불편했던 여행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요.

비가 오면 우산을 들어야 하고, 길이 미끄러울 수도 있고, 신발과 옷이 젖겠지만

이런 정도의 불편이 뭐 그리 대수롭겠습니까.

마음을 열고 비 오는 자연의 정취를 느끼면, 맑은 날에 못지않은 즐거운 여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을 좋아해서 비가 오면 훌쩍 산으로 가기도 하지만

여행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그래도 늘 맑은 날을 기대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정확한 예보로 제발 여행에서 날씨 때문에 혼선을 빚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상청의 잦은 오보에 화가 나지만, 소심한 저는 차마 대놓고 욕을 하지는 못하겠고

대신 날씨 기사에 달리는 비난의 댓글을 보며 마음을 달래고 있습니다.

이번 연휴 비 예보 기사에도 기상청을 비난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려 있습니다.

그중에 제 마음과 똑 같은 댓글도 하나 있네요.


'desi****

댓글 보러 왔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