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 걷기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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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천골>


어제는 양양의 불바라기약수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그냥 약수터에 들렀다 온 건 아니었고,

미천골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해 미천골계곡을 따라 불바라기약수까지 왕복 13km를 걸었습니다.

불바라기약수 앞 마지막 300m만 좁은 오솔길과 계곡길이고

나머지 길은 계곡을 따라가거나 완만하게 산 중턱을 넘는 널찍한 임도여서

걷기에 그리 힘든 길은 아니었습니다.

 

임도(林道)는 숲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도로여서 트럭이 다닐 수 있는 비포장길이죠.

대규모 벌목을 한다거나 산지에 공사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차가 다니지 않아서

평소에는 트레킹을 즐기기에 좋은 길이기도 합니다.

이 임도 트레킹은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일단 걷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산행을 할 때는 가파른 길을 오르내려야 하기도 하고 또 조심조심 바위를 가려 디뎌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임도를 걸을 때는 바닥에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작은 돌들이 있긴 하지만 신경을 쓰며 걸어야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니 임도를 걸을 때는 마음 편히 주변 풍경을 보며 허허롭게 걸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긴장을 풀고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다는 점이 임도 걷기의 첫 번째 장점입니다.

 

임도 걷기의 두 번째 좋은 점은 가파른 고개가 없다는 점입니다.

임도는 트럭이 올라가야 하는 길이어서 가파른 구간을 만들지 않습니다.

고도를 높일 때도 구불구불 돌아서 올라가지 절대로 길을 가파르게 만들지 않습니다.

길이 가파르지 않으니 오르막길이 있어도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고개 마루에 닿게 되죠.

땀을 한 바가지씩 흘려가며 힘들게 올라가는 구간이 없다는 점,

이 점이 임도 걷기의 두 번째 장점입니다.

 

임도 걷기의 세 번째 좋은 점은 언제 가도 한적하다는 점입니다.

좀 알려진 산은 주말이면 사람들로 늘 시끌벅적 왁자지껄입니다.

여기저기서 큰 소리로 웃고 떠들어대니 그런 분위기에서 마음이 한가로울 틈이 없죠.

사람을 피해 걸어야 하고 또 인상을 찌푸려야 할 일들이 널려 있으니

마음 차분하게 여행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직 임도를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임도 걷기는 늘 한적하고 여유롭습니다.

한적함과 여유로움, 이 두 가지 조건이야말로 여행을 보석처럼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이니

임도 걷기는 잘만 하면 오래 기억에 남는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임도 걷기의 네 번째 매력은 임도의 풍경입니다.

임도 주변은 꾸밈이 전혀 없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길 주변에는 야생화가 소박하게 피어 있고

길 옆 숲에는 굳이 이름을 밝힐 필요도 없는 수수한 나무들이 무심하게 서 있습니다.

그러니 화장하지 않은 민낯의 자연 풍경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거죠.

때론 이런 풍경이 유명 관광지의 화사한 풍경보다 훨씬 더 곱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소박하게 단풍 물든 가을 임도의 풍경과 소담하게 눈 쌓인 하얀 겨울 임도의 풍경은

눈이 시릴 정도로 멋진 풍경을 빚어내기도 합니다.

어제 불바라기 임도길에서도 발 아래로는 미천골계곡의 풍경을 보고

하늘 아래 능선에는 붉은색이 감도는 단풍의 시작을 보며 걸었습니다.

가을날 불바라기 임도길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기대하게 만들더군요.

 

어제 불바라기 임도길은 거리가 길어서 조금 힘들게 느꼈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원래는 왕복 11km를 걸을 계획이었는데

마지막 주차장까지 차가 들어가지 못해 걷는 거리가 2km 늘어났습니다.

가을에 다시 불바라기 임도길을 걷습니다.

평일 여행이니 마지막 주차장까지 버스가 들어가는 데 문제가 없을 테고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쉬엄쉬엄 걸으면 피로도가 훨씬 줄어들겠죠.

계곡을 따라 가을 풍경 속을 걷는 길이니 어차피 걸음이 분주하지도 않을 테구요.

그러면 그리 힘들지 않게 자연스러운 가을 풍경을 즐기는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트레킹은 좋은 여행의 아이템이죠.

느리게 걷는 여행이야말로 여행지를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도 트레킹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여러 장점을 지닌 트레킹입니다.

특히 가을과 겨울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 아이템입니다.

트레킹에 관심을 두시는 분들은 임도 트레킹에 적극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