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 봉화 세평하늘길

 


18 V트레인 풍경(여행편지).jpg

   <하늘세평길. 사진 왼쪽 끝, 협곡열차가 막 터널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

경북 봉화의 승부역이라는 작은 기차역 비석에 써 있는 글입니다.

하늘도 좁고 땅도 좁은 깊은 산속 오지마을이라는 의미죠.

실제로 승부역은 워낙 오지여서 오랫동안 차가 들어가지 못했던 역입니다.

몇 가구 안 되는 마을 주민들이 바깥 세상으로 나가려면

승부역에서 영동선 기차를 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죠.

물론 바깥 세상 사람들은 승부역이라는 간이역이 있는 줄도 몰랐구요.

하지만 이제 승부역은 꽤 유명한 간이역이 되었습니다.

Korail에서 운행하는 눈꽃열차가 정차하는 역이 승부역이고 또 협곡열차가 승부역을 지나고,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세평하늘길이란 트레킹 코스도 열렸기 때문입니다.

 

어제 이 세평하늘길을 걷고 왔습니다.

세평하늘길은 낙동강을 따라 이어지는 약 12km의 트레킹 코스입니다.

분천역에서 협곡열차(V-Train)라 불리는 관광열차를 타고 승부역까지 가서

다시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세평하늘길을 걸었습니다.

일단 아주 오랜만에, 덜컹거리는 낡은 기차를 탔습니다.

관광열차여서 많이 개조를 했지만

아주 옛날 고등학생들이 경주로 수학여행 가던 시절에나 탔던 비둘기호 열차쯤 되지 않나 싶더군요.

낙동강 협곡을 따라 덜컹대며 느리게 지나가는 낡고 작은 기차의 창으로

똑 같은 속도로 느리게 지나가는 낙동강 협곡의 풍경을 보았습니다.

낙동강 최상류 지역의 오지여서 말 그대로 한 점 티도 없는 맑은 풍경이었습니다.

낡은 열차와 맑은 풍경, 저도 모르는 새 오래 전 옛 추억이 희미하게 떠오르더군요.

기차 여행은 왠지 모르게 향수를 자극하나 봅니다.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의 세평하늘길은 깨끗한 낙동강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땅에 어떻게 그리 길을 잘 찾아 흐르는지

최상류의 어린 낙동강이 대견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또 어찌나 물이 맑던지 마치 강물에 가을 하늘을 풀어 놓은 것 같더군요.

걷는 내내 해맑은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걷다 쉬었다를 계속 반복하며 걸어야 했습니다.

 

봉화의 세평하늘길은 낡은 혐곡열차를 타는 재미와

순수하고 맑은 자연 속을 걷는 길이었습니다.

그늘이 좀 부족하고 비봉정류장에서 분천역까지 포장도로를 걷는 단점이 있지만

이 정도 단점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좋은 트레킹 코스였습니다.

여행편지에서 6 26()에 반짝여행으로 이 코스를 진행할 예정이니

많은 분들의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