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장성호반길을 걷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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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호반길>


어제는 전남으로 내려가 장성호반길을 걷고 왔습니다.

장성호수를 따라 걷는 길로 약 6~7km 정도 거리입니다.

호수를 따라 걷는 길이니 오르막이 있어도 아주 잠깐씩일 뿐 거의가 평지입니다.

또 대부분이 아늑한 숲길이고 편안한 호반 나무데크길이 많아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거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기에 좋은 길이었습니다.

 

사실 이 길은 작년 여름에 답사를 했던 길입니다.

그런데 그때 출렁다리 공사를 시작한다고 땅을 파헤쳐 놓아서 여행으로 진행하진 못했습니다.

6월초에 출렁다리 공사가 끝나고 길이 완전히 열렸다고 해서 어제 다시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장성호반길은 여름에 걷기에 그만인 길이었습니다.

나무 그늘길을 걷다 보면 넓은 호수에서 솔바람이 불어오고

나무데크길을 걷다 보면 물가에서 살며시 파도 치는 소리가 들려오더군요.

중간중간 쉴 곳도 꽤 있어서 가벼운 여름 트레킹 코스로 적당했습니다.

굳이 흠을 찾자면 좀 거리가 짧고 길이 너무 쉽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아무튼 앞에 말한 것처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허랑허랑 마음을 비우고 걷기에 좋은 길이었습니다.

 

어제 장성호반길을 걷다가 작은 매점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아주머니가 커피를 넓적한 양은사발에 타 주시더군요.

그러니까 예전에 할머니가 미숫가루를 타 주시던 그런 사발 말입니다.

믹스커피도 아니고 아메리카노를 양은사발에 타 주시다니

양은사발에 담긴 커피를 보는 순간 잠시 당혹스러웠습니다.

이걸 문화충돌이라고 해야 하나, 문화융합이라고 해야 하나

이걸 커피 마시듯 조금씩 마셔야 하나. 아니면 미숫가루 마시듯 벌컥벌컥 마셔야 하나.

하지만 벌컥벌컥 마실 수는 없었습니다.

얼음을 너무 많이 넣어 주셔서 그 얼음 때문에 조심스럽게 마셔야 했고,

그리고 문득 그 커피가 마치 사약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호탕하게 마시기가 꺼려지더군요.

아주머니가 앞 자리에 앉아서 양은사발의 효능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을 해주셨지만

그 얘기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한 번 크게 당황해서인지 머리 속에서 엉뚱한 생각만 휙휙 지나갔습니다.

그때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은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옛날에 죄인에게 사약을 내릴 때

여름에는 혹시 사약에 이렇게 얼음을 동동 띄워서 주지 않았을까?

저승길이나마 시원하게 가라고

그러니까 이런 그림이 되겠죠.

사약을 내리는 금부도사가 죄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대감, 날이 너무 더워서 사약에 얼음 좀 띄웠습니다. 전하의 배려요.

그러면 죄인은 두 손으로 공손히 사약을 들고 이렇게 말하겠죠.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아무튼 매점에서 일어나면서 생각했습니다.

다음에 오면 커피 대신 아이스크림을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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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마신 양은사발 커피입니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장성호반길은 가볍게 여름 나들이 삼아 짧은 트레킹을 즐기기에 좋은 길로 보입니다.

에어컨 시원한 우등버스를 타고 내려가서 아늑한 호반길을 걷는 것도

하루 피서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