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의 지긋지긋한 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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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더위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것 같습니다.

날이 너무 더우니 하루종일 멍하니 있기 일쑤고

뭘 해도 한두 가지씩 꼭 빠트리게 되네요.

시쳇말로 나사가 반쯤 풀린 것 같습니다.

뉴스를 보니 너무 더워서 경포해수욕장에도 사람이 없고

강릉 안반데기의 고랭지 배추까지 맥없이 흐물거린다니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에는 곰배령과 덕유산에 다녀왔습니다.

두 곳 모두 1,000m가 넘는 고지대여서 무더위는 없었지만

그래도 예년에 비하면 기온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한여름에도 얇은 점퍼를 준비해야 하는 곳인데 점퍼는 전혀 필요가 없었습니다.

몰론 서울의 폭염을 생각하면 고마운 날씨였죠.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설천봉에 발을 디디는 순간

그 서늘함에 모두들 환한 미소를 지었으니까요.

그리고 덕유산 능선을 걷는 내내

원추리며 비비추며 모싯대며 또 이름 모를 풀들이 싱싱한 꽃을 피워 놓고 있어서

그리 덥지 않은 야생의 꽃밭을 걷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더위가 더 길어지면 경제적으로도 타격을 받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겁니다.

여행편지도 그중의 하나라 할 수 있죠.

뉴스에서 기상캐스터가 요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렇게 더울 때는 야외활동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기상캐스터의 마이크를 확 뺏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기상캐스터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이 놈의 지긋지긋한 더위가 문제겠죠.

 

그래도 어제 덕유산 향적봉과 중봉에서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잠자리떼를 만났습니다.

어찌나 고맙던지요.

잠자리는 절기를 어기지 않는 생물이니

이제 저 잠자리떼가 서서히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면

더위도 가시고 초록빛 논도 황금색으로 변하겠죠.

 

매년 더위에 고생하지 않은 해가 없었지만

올해 더위는 유난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각별히 건강 관리에 신경 쓰셔서 더위를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사진은 어제 덕유산에서 본 원추리꽃입니다.

고산지대의 꽃이어서인지 색이 짙고 예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