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 가슴 벅찬 장쾌함과 눈물겨운 아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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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랑쉬오름 풍경>


제주에는 오름이라 부르는 작은 봉우리들이 있습니다.

기생화산이라 부르기도 하죠.

제주에서 여러 차례 화산 활동이 있을 때, 살짝 화구 역할을 했던 작은 분화구들입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제주는 여러 차례의 화산 활동이 만들어 놓은 섬입니다.

그때 조그맣게 화구를 열었던 강아지 같은 애기 화산인 셈이죠.

 

제게 제주의 매력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세 가지를 꼽습니다.

바다, 오름, 곶자왈.

이 세 가지 매력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매력은 역시 오름입니다.

대부분의 오름은 작은 봉우리입니다.

올라가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으니, 동네 뒷동산 정도의 수고만으로도 올라갈 수 있죠.

 

하지만 그 작은 봉우리 오름이 주는 감동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일단 저는 여행지의 풍경이나 느낌에 대해 감동이란 표현을 잘 쓰지 않습니다.

그런 경험이 별로 없으니 당연히 그 단어를 쓸 일도 없었죠.

그러나 제주의 오름에서 받은 느낌은 분명 감동이었습니다.

예전에 아무도 없는 다랑쉬오름에 올라 혼자 멍하니 앉아 있을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늘 얼음 같던 내 마음이 그땐 왜 그랬는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그것은 분명 조용히 밀려드는 감동이었습니다.

 

오름의 풍경은 부드럽고 시원합니다.

잠깐의 수고로 정상에 올라서면

부드럽고 완만한 오름의 구릉은 마치 먼 곳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처럼 포근하게 여행자를 감싸주고

눈길을 돌리면 제주의 이국적인 초록빛 벌판과

그 벌판 너머에 다시 솟아 오른 부드러운 오름들의 풍경으로

눈이 시릴 정도의 장쾌함이 느껴집니다.

어울리기 힘든 포근함과 장쾌함에 여행자는 잠시 당황스럽지만

세상에 이런 풍경도 있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불어오는 바람에 가만히 몸을 맡기게 됩니다.

 

눈물 흘렸던 다랑쉬오름에서도 그 부드러움과 장쾌함을 느꼈습니다.

다랑쉬오름에서 느꼈던 부드러움은

어쩌면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내 어머니의 품속처럼 부드럽고 포근했었습니다.

그리고 멀리 펼쳐지는 장쾌한 풍경은

구불구불 굴곡으로 점철된, 고단했던 제 삶을 평화롭게 위무해 주는 풍경이었습니다.

그런 느낌이 감동으로 다가와서

그 감동이 제 안에서 몰래 숨어 지냈던,

좌절과 회한과 시름에 억눌려 꼭꼭 숨어 있어야 했던 제 자신을 불러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행의 감동은 마음 밖에서 마음 안으로 흘러드는 것이겠죠.

그런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풍경을 만날 수만 있다면 그 여행의 최고의 여행입니다.

그 감동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으니까요.

굳어 있는 마음을 풀어주고, 거칠어진 마음을 토닥여주고

지친 마음을 위무해주고, 허전한 마음에는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그런 힘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제주의 오름에는 그런 힘이 있습니다.

혹시 마음이 불편하시다면 훌쩍 제주로 떠나

오름 정상에서 두 팔을 활짝 뻗고 크게 숨을 쉬어 보시기 바랍니다.

오름의 풍경과 바람과 햇살이 분명히 당신을 위로해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