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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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은 불쑥 찾아오는가 싶었는데

설악산을 붉게 물들인 이후로 꽤나 주춤거리고 있습니다.

두로령, 수렴동, 뱀사골의 가을을 차례로 찾아갔지만

곱게 단장한 가을을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두로령과 수렴동은 가을이 늦어 성질 급한 단풍잎만 조금 보았고,

뱀사골에서는 싱그러운 초록빛 봄과 무르익은 짙은 여름 그리고 붉은 단풍까지

세 계절이 공존하는 풍경을 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모두 농익은 가을 풍경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토요일, 소백산 삼가동에서 진한 가을을 처음 만났습니다.

소백산 자락길을 걸어 삼가동으로 내려오는 길에

짐작도 못했던, 붉게 익은 가을 풍경이 거짓말처럼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핏빛으로 붉게 물든 단풍과 주황색 여린 단풍 그리고 노랗게 물든 가을 잎이 흔들리고,

바닥에도 단풍잎들이 수북이 쌓여 있어서

단풍잎을 밟고 단풍잎을 보고 단풍잎을 주워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그러나 마음 속으로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우연한 만남,

모두 아시죠?

이런 만남이 얼마나 반갑고 상쾌한지.

사진 속의 단풍 아래에서 제 마음도 가벼운 탄성을 터트렸습니다.

이제 드디어 가을이구나!

 

올 가을 단풍은 작년, 재작년에 비해 훨씬 고운 것 같습니다.

지난 해까지는 가을 단풍이 채 붉게 물들기도 전에 오그라드는 현상이 있었죠.

그렇다 보니 화사한 단풍 대신 부스스하고 초라한 단풍을 봐야 했습니다.

올 가을은 비도 제법 오고 또 일교차도 커서

그나마 단풍이 제 색과 형태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추위가 일찍 닥친다는 예보가 있어서

단풍을 볼 수 있는 기간이 그리 길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가을이라도 부지런히 돌아다녀야겠습니다.

예쁜 가을 풍경을 눈에도 마음에도 또 사진에도 담으며

올 가을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또 몇 년 뒤에나 이런 가을 풍경을 보게 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