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의 기품이 느껴지는 명옥헌



15명옥헌(여행편지).jpg

 

맨 처음 명옥헌을 갔던 날, 설렘 가득했던 첫 만남의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이미 사진으로 본 명옥헌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명옥헌은, 수줍은 미소를 머금었고 발그레한 두 볼처럼 붉은 꽃을 피워 은은하게 맞아주었습니다.

정원을 거닐었고 연못에 떨어진 배롱꽃에 마음을 빼앗겼죠.

다시 기억해도 그때 그 시간과 그곳의 느낌들이 느린 화면처럼 흘러갑니다.

그 후로 몇 년간의 만남이 있었고 올해는 아주 오랜만의 만남을 기약하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명옥헌은, 아버지를 기리며 아들이 만든 원림으로 기품이 느껴집니다.

정자 옆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옥구슬 같다 해서 붙여진 명옥헌의 이름도 너무 멋집니다.

담양에는 가장 유명한 소쇄원을 비롯해 가사문학권의 꽃을 피운 당대의 정자들이 여럿 있습니다

소쇄원의 자연 친화적인 원림도 훌륭하지만, 제 눈에는 명옥헌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저 자연스러움이었습니다.

억지스럽지 않고 과하지 않은 그러면서 절제된 기품이 느껴진다 할까요.

 

후산마을 뒤에 있는 명옥헌은 자연스럽게 주변 경치를 집에 스미게 했습니다.

네모난 연못에 동그란 섬을 두고 그 주변으로 배롱나무가 빼곡합니다.

마을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경계의 담도 두르지 않았습니다.

으레 8월이 되면, 옛부터 동네 사람들도 꽃구경을 하러 명옥헌을 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원을 지나 명옥헌에 걸터앉아, 들리는 소리에 집중해 볼 일입니다.

옥구슬 구르는 계곡 소리는, 지금은 잘 들리지 않지만 

붉은 두 볼처럼 붉게 핀 배롱꽃에 내 마음도 붉게 물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첫만남의 설렘처럼 말랑거리는 젊은 날은 아니지만

오랜 벗을 만나러 가는 마음처럼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