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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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평 효석문학백리길>


95() 봉평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흥정계곡을 따라 걷는 효석문학백리길을 걸어서

메밀꽃 흐드러지게 핀 봉평까지 돌아보는 여행입니다.

 

흥정계곡길은 유순한 계곡 옆을 걷는 길이니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게으른 여름꽃과 부지런한 가을꽃이 한꺼번에 피어 있는 예쁜 수로길을 지나

듬성듬성 민가가 한 채씩 서 있는 소박한 전원 풍경의 계곡길을 걷게 됩니다.

그러다가 평창 제일의 계곡 풍경이라는 팔석정 바위에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계곡 옆길을 걸어 봉평으로 들어갑니다.

 

봉평은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고향입니다.

어렸을 적 이 소설이 좋아서 몇 번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누가 봐도 경성의 모던보이였던 이효석이,

이렇게 토속적이고 곰삭은 이야기를 썼다는 사실이 처음엔 잘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시로는 놀랄 만큼 현대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이런 내용을 다루었다는 사실도 그랬죠.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1936년에 쓰여진 글이니 80년이 넘은 옛 글이지만

지금 읽어도 이만한 문장이 또 있을까 싶은 글입니다.

이번 여행은 이 글을 쓴 작가와 이 글을 탄생시킨 풍경을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흥정계곡의 수수한 전원 풍경도, 이효석이 묘사한 아름다운 메밀밭의 풍경도 아닙니다.

그리고 솜씨 좋은 막국수집에서 먹는 막국수와 메밀전병도 물론 아니죠.

이번 여행의 매력은 바로 올해 처음 만나는 가을 풍경입니다.

상쾌하면서도 소박한 흥정계곡길을 걷다 보면

저절로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이 있습니다.

~ 이제 가을이구나.

불어오는 바람에는 가을의 상쾌함이 실려 있고

재잘거리며 흐르는 계곡 물소리도 청아하게만 들리고

벌개미취며 코스모스며 들국화 등의 가을꽃이 환하게 반짝이고 있습니다.

가을과의 첫 만남.

힘든 시절을 마치고 새 세상을 맞는 듯한 설레임 가득한 만남이죠.

이번 봉평 여행이 이 설레임을 만나러 가는 여행입니다.

 

이번 여행은 평일인 목요일에 진행됩니다.

토요일에는 봉평에 사람이 워낙 많이 몰려 느긋한 여행을 즐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목요일에 시간을 내실 수 있는 분들은

흥정계곡과 봉평으로 떠나는 여행에 함께 하셔서

올해 첫 가을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P.S ‘설레임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표준어는 설렘입니다. ‘설렘보다는 설레임이 어감이 좋아서 그냥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