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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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문수사 여행을 끝으로 가을 여행을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두 차례의 제주 여행까지 끼어서, 유난히 바쁜 가을을 보냈습니다.

거의 전투적인 가을을 보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올 가을 단풍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고

밀려드는 인파에 시달리기도 하고, 도로 정체에 발목을 잡히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번 가을에는

딱히 손에 꼽을 만큼 좋았던 여행이 떠오르지 않네요.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기대에 못 미치는 가을이기도 했습니다.

개미의 가을을 보냈는데 베짱이의 겨울이 기다리고 있네요.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기로 했습니다.

뭐 한두 해 겪는 일도 아니니 또 어찌어찌 돌아가겠죠.

 

사실 가을 여행이 힘든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영혼 없는 여행을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여행은 마음을 열고 여행지의 느낌을 흠뻑 받아들여야 하는데

마음이 화석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몸만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여행을 하게 됩니다.

이런 여행은 즐거울 수가 없죠.

몸만 피곤해지는 고달픈 여행입니다.

 

여행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여행의 이유는 마음의 환기입니다.

가끔 창을 활짝 열어젖히고 집안을 환기시키듯

사람도 가슴을 활짝 열고 마음을 환기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몸도 마음도 쾌적해지고 생활의 활력도 되살아나게 되겠죠.

여행 진행자가 해야 할 일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여행자들이 쾌적하게 마음을 환기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것이 여행 진행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 가을에는 이 일을 그리 잘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가을 여행이 끝났으니 잠시 쉬며

저희도 몸과 마음을 다시 잘 추스르고 새롭게 시작하려 합니다.

전투적인 여행이 아닌

마음을 열고 슬며시 미소 지을 수 있는 여행을 진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겨울 여행이 시작됩니다.

겨울 여행에는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맑고 투명한 상쾌함이 있습니다.

겨울의 맑고 투명한 상쾌함으로 가끔 마음의 환기를 시키시기 바랍니다.

 

P.S 사진은, 예전에 제주 올레길을 걸을 때 만났던 엄마와 딸입니다.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시던 두 분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