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歲寒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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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다들 아시는 추사 선생의 세한도(歲寒圖)입니다.

세한(歲寒)’겨울 추위를 뜻하는 말이죠.

매섭도록 추운 겨울 풍경은 아닌 것 같으니,

추웠던 것은 날씨가 아니라 선생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그림은 매우 단순합니다.

흐린 벌판에 무심하고 보잘것없는 집 한 채 그리고 나무 네 그루가 전부입니다.

나무 중 하나는 소나무임이 확실한데 나머지 세 그루는 어떤 나무인지 확실치 않죠.

선생께서는 그림 옆에 글을 써 놓으셨는데, (이 글 부분은 사진에 없습니다.)

그 글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 추운 계절이 된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절개를 안다)’

글을 보니 그림 속의 나무가 소나무와 잣나무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의 이름인 세한(歲寒)’이라는 말도 보이네요.

 

이 그림은 추사 선생께서 제자인 이상적에게 그려준 그림입니다.

선생께서 제주 유배생활을 할 때 제자인 이상적이 여러 모로 선생을 보살폈다고 합니다.

특히 귀한 책을 많이 구해 보내드렸다고 합니다.

유배중인 사람을 보살피는 것은 자칫 위정자들의 눈밖에 나서 공연한 화를 부르기 십상이지만

이상적은 개의치 않고 스승인 추사 선생을 보살폈습니다.

추사 선생은 이상적의 고마움을 잘 아셨을 테고

그 고마움에 대한 보답으로 이 그림을 그려 주었습니다.

내 처지에 자네에게 딱히 줄 것이 없으니 이 그림이라도 받아주게나.

추사 선생의 이런 안타까운 마음이 세한도를 만든 것이겠죠..

 

추운 계절이 된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절개를 안다

그림에 이런 글을 써넣으신 이유도 이제 짐작하실 수 있겠죠.

추운 겨울 같은 유배생활을 하는 추사 선생에게, 이상적은 소나무와 잣나무의 절개를 지켰던 것이죠.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발이 묶여 지내는데, 제 마음은 자꾸 제주도를 기웃거립니다.

추사 선생의 유배지였던 대정 어디쯤 민박을 잡아놓고

아침마다 추사관에 들러 세한도 부근을 서성대다가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가 책이나 좀 읽으며 며칠을 보내고 싶습니다.

요즘은 사는 것 자체가 그냥 유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가끔 삶에서 자신을 셀프 유배시키는 것, 그것이 오히려 유배에서 벗어나는 길이 아닐까

뭐 이런 시답잖은 생각도 가끔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